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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음향 #2] 공간 음향 차이를 보정하는 DSP 기술

📑 목차

    나는 공연장에서의 DSP는 기술이 아니라 음향적 건축이라고 말하곤 한다. 지난 글에 이어서 우리는 같은 사운드가 객석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경험과, 이런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음향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음향팀은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직역하면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활용해 시간차 반사 흡음 지연 위상 대역 간 불균형을 정밀하게 교정한다. DSP는 단순한 음향 보정 도구가 아니라, 공연장이라는 복잡한 음향 생태계를 하나의 통일된 청취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이번 글에서 나는 DSP 기술이 공연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공간 음향 차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제로 보정하는지 전문적인 시각에서 세밀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공연 음향 DSP 기술


    1. 공연장이 만드는 공간 음향 차이의 근본 원인

    ● 반사 구조에서 발생하는 시간차

    객석은 바닥, 벽, 천장, 발코니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반사음이 각기 다른 시간에 도달한다. 직접음이 먼저 도착한 뒤 수십 ms 뒤에 반사가 도착하면 관객은 음색이 흐려지거나 울리는 느낌을 받는다.

    ● 스피커 지향성과 공간의 불일치

    스피커는 특정 방향에 음을 뿌리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공연장의 구조가 이 방향성을 그대로 보존하지 못한다. 그래서 스피커가 의도한 음향이 일부 좌석에서는 왜곡된다.

    ● 장비 간 거리 차이로 인한 시간 지연

    메인 스피커, 서브 스피커, 딜레이 스피커, 언더발코니 스피커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소리를 방출하면, 관객은 서로 다른 시간에 소리를 듣게 된다. 여기서 DSP의 유용성이 드러나는데, 이 거리 기반 시간차를 교정하기 위해 DSP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겠다.


    2. DSP의 핵심 요소

    ● 시간 정렬(Time Alignment)

    DSP는 스피커별 출력 타이밍을 조정해 관객이 듣는 도달 시간을 고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메인 스피커보다 멀리 있는 딜레이 스피커는 늦게 출력해야 음이 동시에 도착한다.

    ● 대역별 균형(EQ 기반 보정)

    객석 위치에 따라 특정 대역이 과도하게 증폭되거나 감소한다. DSP는 이 차이를 EQ 기반으로 보정한다.

    ● 위상(Phase) 정렬

    2개의 스피커가 동일한 대역을 나눠서 재생할 때 위상이 충돌하면 저역이 사라지거나 특정 지점에서 붕붕거리는 소리가 난다. DSP는 이 위상 충돌을 해결해 준다.

    ● 압축, 확산 조절

    DSP는 다이내믹한 공연에서 음압이 갑자기 튀는 것을 막고, 반대로 지나치게 약한 음을 보완해 전체 볼륨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3. 시간차를 보정하는 DSP 기술의 실제 과정

    ● 딜레이 계산 방식

    음향팀은 스피커와 관객 위치 간 거리를 기준으로 Δt(도달 시간 차이)를 계산한다.
    예:

    • 메인 스피커 → 객석 18m (약 52ms)
    • 딜레이 스피커 → 객석 6m (약 18ms)

    이 경우 딜레이 스피커는 약 34ms를 늦게 출력해야 한다.

    ● 딜레이 매트릭스 설정

    DSP 콘솔에는 딜레이 그룹이 존재하며, 공연장은 보통 다음과 같이 그룹을 나눈다. 각 그룹은 관객의 위치를 기준으로 딜레이값이 다르게 적용된다.

    • 메인 L/R
    • 서브우퍼
    • 딜레이 1열
    • 딜레이 2열
    • 언더발코니
    • 프런트필

    ● 반복 측정과 딜레이 보정

    음향팀은 공연 전 여러 차례 측정 마이크를 활용해 딜레이를 미세 조정한다. 실제 공연에서는 관객이 들어오면 공기 밀도가 바뀌어 소리의 전달 속도도 약간 변화하므로 딜레이가 다시 교정된다.


    4. EQ 기반 공간 보정 기술: 대역별 문제

    ● 저역 부밍 제거

    객석 벽·천장·발코니 구조는 특정 저역(100~300Hz)을 과도하게 반사해 부밍을 발생시킨다. DSP는 이 대역을 수 dB 감쇠시켜 명료도를 확보한다.

    ● 중역 명료도 확보

    1500~3000Hz 대역은 대사·보컬 명료도를 결정한다. DSP는 이 대역을 과하지 않게 유지하며, 관객이 ‘말이 뭉개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조정한다.

    ● 고역 지나침 방지

    객석 상층부는 고역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 DSP는 6kHz 이상 대역을 부드럽게 만들어 공연 전체 음색의 균형을 잡는다.


    5. 위상(Phase) 조정 기술

    ● 저역 위상 조정

    저역은 방향성이 약해 스피커 여러 개가 동일한 저역을 재생하면 쉽게 충돌한다. DSP는 스피커 간 위상 맞춤(phase alignment)을 통해 중첩되는 구간을 최소화한다.

    ● 스피커 간 커버리지 연결

    메인과 딜레이, 딜레이와 언더발코니 스피커는 소리의 바통터치 구간이 존재한다. DSP는 이 구간의 위상을 조절해 자연스러운 연결감을 만든다.


    6. 공연장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DSP 세팅

    ● 대극장

    대극장은 길고 높으며 반사 시간이 길다. DSP는 공간 전반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딜레이 그룹 증가, 고역 억제, 저역 정리를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 소극장

    소극장은 반사가 적고 직접음 비율이 높기 때문에 DSP는 중고역 미세 조정, 모니터 스피커 위상 보정, 객석 맞춤 EQ까지도 세팅 가능하다.

    ● 대형 콘서트홀

    콘서트홀은 자연 잔향을 활용해야 하므로 DSP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오히려 건조한 소리가 난기 때문에 오히려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7. 현실적인 DSP 적용: 음향팀의 실제 업무 흐름

    ● 측정 마이크와 RTA 분석

    음향팀은 공연장 곳곳에 설치한 측정 마이크를 통해 시간 응답, 주파수 응답, 에너지 분포를 분석한다.

    ● 1차 DSP 세팅

    기본 딜레이와 EQ를 입력한 뒤 공간 전체의 음향 흐름을 만든다.

    ● 2차 현장 조정

    배우, 연주자, 뮤직 트랙이 실제로 나오면 음색이 변화한다. 음향팀은 이 순간 실제 공연 기준으로 DSP를 다시 보정한다.

    ● 관객 입장 후 미세 조정

    관객이 착석하면 공간 특성이 변화한다. 음향팀은 공연 직전 5~10분 간 다시 DSP를 수정한다.


    DSP는 공연장의 물리적 한계를 음향적으로 재설계하는 기술

    공연장은 모든 좌석에서 동일한 음향을 들을 수 없도록 설계된 복잡한 공간이다. 그러나 DSP 기술은 이 물리적 한계를 최소화해 관객이 어디에 앉아도 안정적인 사운드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DSP는 단순한 필터나 EQ가 아니라, 공연장의 시간 공간 방향성 반사 위상을 새롭게 재편하는 고급 음향 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