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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에서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군무 장면을 볼 때 오는 쾌감이 분명히 있다. 나는 이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발 소리의 부재라는 고급 음향 기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명의 배우가 동시에 뛰고, 회전하고, 점프하고, 착지하는데도 무대 위에서는 음악과 호흡만이 또렷하게 흐른다. 이 상황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앙상블 군무 장면에서 발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작업은 단순한 볼륨 조절이 아니라, 무대 구조, 신발 재질, 바닥 물성, 마이크 설계, EQ 처리, 다이내믹 컨트롤, 안무 설계, 음악 편곡까지 모두 엮인 종합 기술이다.
이 글에서는 발 소리를 없애는 과정을 더 잘 알아보기 위해, 왜 그 소리가 생기고, 어떤 경로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음향팀이 이를 어떻게 정밀하게 제어하는지를 공연 현장 중심으로 서술해 보겠다.

1. 군무 장면에서 발 소리는 왜 문제가 되는가
● 발 소리는 음악적 리듬과 충돌한다
앙상블 군무에서 발 소리는 대부분
- 음악의 박자와 미세하게 어긋나거나
- 저역 임팩트로 악기 리듬을 가리거나
- 고역 노이즈로 귀에 튀게 들린다
특히 스텝 수가 많을수록, 발 소리는 비의도적 타악기가 된다.
● 관객의 몰입을 깨는 현실 소리
발 소리는 극 중 세계관과 무관한 현실의 물리음이다. 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무대를 현실 공간으로 인식한다.
2. 발 소리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음향 경로
공연 음향팀은 먼저 발 소리가 어디서, 어떻게 들리는지를 분해해야 한다. 하기 세 경로 중 하나만 제어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음향팀은 항상 다층 제어 전략을 사용한다.
● 직접 전달 경로
- 무대 바닥 → 공기 → 객석
- 주로 저역·중저역(80~300Hz)
● 구조적 전달 경로
- 바닥 진동 → 무대 구조물 → 객석 바닥/벽
- 저주파 공진 형태로 느껴짐
● 마이크 증폭 경로
- 바닥 근처 바디팩 마이크
- 앙상블 헤드셋 마이크
- 앰비언트 마이크 → 발 소리가 ‘증폭’되어 객석으로 전달
3. 무대 바닥에서의 1차 발 소리 억제 기술
● 무대 바닥 흡진(吸振) 구조
무대 바닥은 단순한 판이 아니라 다층 구조로 설계된다. 이 구조는 발에서 오는 충격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 상부: 마루 또는 합판
- 중간: 진동 감쇠재(러버·폼 계열)
- 하부: 구조 프레임
● 군무 구간 전용 매트 사용
앙상블이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구간에는 주로 검은 무광 소재의 얇은 흡진 매트를 설치해 발 착지음을 줄인다. 이 매트는 관객에게 거의 보이지 않도록 조명 톤과 맞춘다.
4. 신발과 의상 선택으로 발 소리 제어
● 신발 밑창 소재 선택
음향팀은 의상팀과 협업해 고무계열 및 마찰음이 적은 합성 소재를 사용하도록 조율한다. 가죽 단창은 거의 항상 문제를 만들므로 선호되지 않는다.
● 힐·굽 내부 댐핑
굽이 있는 신발은 내부에 폼 삽입, 미세 고무 패드를 넣어 충격음을 줄인다.
● 의상 마찰음까지 함께 고려
바지나 치마, 코트의 움직임 소리도 발 소리와 함께 증폭되기 때문에 소재 테스트가 필수다.
5. 마이크 설계로 발 소리 제거
● 앙상블 마이크의 위치 전략
앙상블 배우의 바디팩 마이크는 허리 뒤쪽 상체 중심에 배치해 바닥 진동 전달을 최소화한다. 발에 가까울수록 저역 진동이 그대로 들어온다.
● 헤드셋 마이크의 로우컷 설계
앙상블 마이크에는 80~120Hz 구간을 과감히 컷하는 하이패스 필터를 적용한다. 이 구간은 발 소리의 핵심 대역이다.
6. EQ를 이용한 발 소리 제거
발 소리는 단일 주파수가 아니라 복합 대역 노이즈이다.
● 저역 충격음 제거: 80~160Hz 착지 충격, 200~300Hz 무대 공진 → 이 대역을 다이나믹 EQ로 제어한다.
● 고역 마찰음 제거: 2~4kHz 바닥 긁힘 소리, 6kHz 이상 힐 클릭음 → 이 영역은 고정 컷이 아닌 트랜지언트 기반 컷이 효과적이다.
7. 다이내믹 프로세싱을 활용한 실시간 소리 억제
● 멀티밴드 컴프레서
군무 장면에서는 발 소리 대역만 반응하는 멀티밴드 컴프를 사용한다. 음악이 커질수록 발 소리가 더 눌리고, 음악이 줄면 자연스럽게 해제되도록 한다.
● 게이트는 최후의 수단
게이트는 잘못 쓰면 배우의 호흡과 대사가 잘린다. 그래서 앙상블 군무에서는 아주 느린 릴리즈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8. 음악 편곡과 음향 연출의 협업 기술
● 군무 구간의 저역 설계
음악 감독은 군무 장면에서 킥/베이스/퍼커션을 의도적으로 강화한다. 이 저역 에너지가 발 소리를 마스킹한다.
● 리듬 악기의 어택 조정
퍼커션 어택이 발 착지 타이밍과 겹치면 발 소리는 관객 인식에서 사라진다. 이것은 음악과 음향의 고급 협업 영역이다.
9. 무대 구조 진동 줄이기
● 무대 하부 공진 포인트 제거
무대 아래 빈 공간은 공진을 만든다. 음향팀은 흡음재 삽입, 구조 분산으로 저주파 공진을 줄인다.
● 발코니 하부 전달 차단
발 소리는 발코니 하부에서 특히 증폭된다. 이 구역에는 저역 흡음이 필수다.
10. 공연 리허설에서의 발 소리만 체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음향팀은 군무 리허설에서 발 소리만 듣는 체크를 따로 진행한다.
- 음악 볼륨을 줄이고
- 마이크를 열고
- 객석 여러 위치에서
- 눈 감고 듣는다
이 과정에서 문제 구간을 모두 기록한다.
11. 관객 인지 심리를 활용한 발 소리 제거 전략
흥미롭게도, 발 소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 음악이 강하면 발 소리는 인지되지 않는다
● 시각 정보가 강하면 청각은 따라간다
● 군무의 에너지가 높을수록 소리는 ‘보정’된다
음향팀은 이 심리적 특성을 이용해 기술과 연출을 동시에 설계한다.
앙상블 군무 장면에서 발 소리를 제어하는 기술은 소리를 없애는 작업이 아니라, 관객의 인식에서 그 소리를 지워버리는 고급 음향 연출이다. 앙상블 군무는 시각적 에너지, 음악적 리듬, 집단 움직임이 하나로 결합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공연 음향팀이 바닥 신발 마이크 EQ 다이내믹 편곡 구조 심리 등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 설계했다는 증거이다.
관객이 “와, 군무가 멋있다”라고 느끼는 순간, 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음향 기술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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